출처: https://muko.kr/movietalk/11920119


타르셈 싱 감독의 '더 폴'(2006)이 감독판으로 재개봉했다. 1981년 개봉한 불가리아 영화 〈요호호(Yo Ho Ho)〉의 2006년 리메이크작으로 알려져 있는 영화이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2006년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영화다. 감독이 CF감독 출신이라 뛰어난 영상미를 CG 없이 구현했다는 점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부터 나에겐 이미 취향 저격 포인트였다. 

 

줄거리 (약간 스포 있음)

'더 폴'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현실 세계에서의 이야기는 오렌지를 따다가 팔이 부러져 로스앤젤레스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인 한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녀는 낙상에서 회복 중인 하반신 마비 스턴트맨 로이(리 페이스 분)와 친구가 된다. 경력을 마감하는 사고와 연인을 영화배우에 빼앗긴 이후 우울과 환멸을 느낀 로이는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를 상대로 거대한 판타지 서사를 전개한다. 이 이야기에서 로이는 부패한 통치자를 전복시키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영웅 그룹을 묘사하는데 가면을 쓴 산적, 인디언 신비주의자, 폭발물 전문가, 주술가, 생물학자, 노예가 포함되어 있다. 로이의 이야기가 진행되며 알렉산드리아는 점점 더 몰입하게 되고 그녀의 상상력이 더해지며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진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로이는 사실 이 소녀를 이용해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계획을 실현하려 했고, 계획이 실패했을 땐 매우 괴로워한다. 그 모습을 본 소녀는 그가 그토록 원하던 약을 구해주려 하다 또 한 번의 사고를 통해 큰 부상을 입게 되고 그 모습을 본 로이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비관적으로 마감하려 하지만 소녀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의 맺음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낸다.


감독이 CF 감독 출신이라 그런지 정말 영상미는 혀를 내두를만했다. 다양한 촬영 장소들은 이 영화의 환상적인 서사와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 같다. 게다가 리마스터링 되면서 사운드 엔지니어링도 손을 본 건지 실감 나는 오디오 효과에 몰입감이 배가 되었다. 요즘이야 비현실적인 장면은 거의 다 수준 높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이 되는 시대지만, 당시에 그런 기법 하나 없이 세계 각국의 로케이션 촬영으로 미감을 살렸다는 게 새삼 대단했다. (역시 예술가는 미쳐 있어야만....)

 

주요 로케이션

너무 많아서 주요 로케이션만 몇 가지 꼽아본다:

1. 인도: 아무래도 감독의 태생 상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등장하면 거의 바로 알아볼 수 있는 타지마할 외에도 라다크, 카슈미르 지방의 풍경도 굉장히 볼만하다. 라자스탄의 자이푸르, 조드푸르도 후반부에 꽤 많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론 찬드 바오리 우물이 아주 인상 깊었다.

출처: Tripadvisor

 

2. 남아프리카 공화국: 여러 장면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촬영되었는데 특히 오프닝 시퀀스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위치한 다리를 배경으로 한다. 

 

3. 이탈리아: 여러 역사적인 장소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멋진 중세 언덕 꼭대기 마을인 치비타 디 반뇨레죠(Civita de Bagnoregio)가 등장한다. 이탈리아 시골 특유의 느낌은 신화적인 풍경을 잘 살렸다.

 

4. 모로코: 광활한 사막과 이국적인 건축물이 많은 환상적인 장면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5. 스페인: 유명한 그라나다의 알함브라를 포함해 풍부하고 시각적인 팔레트에 여러 장면 기여했다.

 

6. 미국: 병원 장면은 LAC+USC 메디컬 센터에서 촬영되었다. 다소 사실적인 장면이 로이가 묘사하는 초현실적인 판타지 세계와 대조를 이루는 효과가 있었다.

 

7. 인도네시아: 발리의 뜨갈랑랑 계단식 논과 구눙 카위 사원이 등장한다.

 

8. 터키: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 굉장히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9. 피지: 마나섬의 나비 암초는 초반에 굉장히 상징적인 장소로 등장한다.

 

8. 그 외: 중간중간 영웅들이 이동할 때 굉장히 짧게 지나가는 시퀀스가 있는데 여기 뭐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프랑스의 에펠탑,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등 누구나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랜드마크들이 스쳐 지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는 탄탄한 줄거리 맛으로 본다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실망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줄거리가 조금 부실하더라도 찬란한 영상미와 사운드에 훨씬 약한 편이라 개인적으로 재관람을 고려할 만큼 인상 깊었다. 줄거리도 현실과 판타지를 적당히 균형감 있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했다. 단, 판타지 부분은 아무래도 아이의 상상력이 가미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덜 오글거리고 볼 수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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