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Bowl LIX

현지시간 2월 9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시저스 슈퍼돔에서 2024 시즌 내셔널 풋볼 리그(NFL) 챔피언을 결정하기 위해 내셔널 풋볼 콘퍼런스(NFC) 챔피언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아메리칸 풋볼 콘퍼런스(AFC) 챔피언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은 미식축구 경기 즉, 슈퍼볼(Super Bowl) LIX가 열렸다. 슈퍼돔에서 열린 여덟 번째 슈퍼볼이자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11번째 슈퍼볼이었다. 이글스는 2년 전 슈퍼볼 LVII의 재대결로 치프스를 40-22로 물리쳤으며 이 승리는 쿼터백 잘렌 허츠의 첫 번째 슈퍼볼 챔피언십과 MVP 타이틀을 확보하고 치프스가 최초의 슈퍼볼 3연패를 달성하는 것을 막았다.

 

 

물론 나는 NFL 챔피언이 궁금한 건 아니었고 하프타임 쇼에 관심이 있었다. 올해 유독 내가 좋아하는 Kendrick Lamar가 쇼를 장식하기도 했으나, 하프타임 쇼는 본래 모든 미식축구 경기에서의 전통과도 같은데 특히 슈퍼볼에서의 하프타임 쇼는 대중문화와의 근본적인 연결고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Halftime Shows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7년 1월 15일부터 시작한 슈퍼볼의 첫 10년간은 대부분 하프타임쇼에 대학 행진 밴드가 등장했었다. 다음 10년은 기타 공연 앙상블이나 드릴 팀이 등장하는 등 조금 더 다채로운 쇼를 선보였다. 1990년대부터 다른 네트워크의 대항 프로그램 노력에 맞서고자 매년 마이클 잭슨, 토니 베넷, 뉴 키즈 온 더 블록 등 인기 스타의 음악 공연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상업 스폰서들이 본격적으로 하프타임 쇼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슈퍼볼 XXXIII였다. 테마 공연의 전통이 끝이 났고 본격적으로 록 밴드와 유명한 기타리스트 공연 등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슈퍼볼 XXXVIII 직후 6년간 모든 하프타임 쇼는 한 아티스트나 그룹의 공연으로 구성되었다면 슈퍼볼 XLV 이후 하프타임 쇼는 인기 있는 현대 음악가들이 출연하는 형식으로 돌아왔으며 대체로 헤드라이너가 소수의 게스트와 협업하는 형식을 띠었다. 

 

NFL이 하프타임 쇼 출연진에게 출연료를 지불하지는 않지만 공연 아티스트와 밴드 멤버, 소속사, 기술 및 보안 요원, 가족과 친구들의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고 한다. 단, 마이클 잭슨과 함께했던 슈퍼볼 XXVIII 하프타임쇼는 예외였는데 당시 잭슨의 힐 더 월드 재단에 기부하고 광고 시간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었기 때문이다.

Super Bowl LIX Halftime Show - Kendrick Lamar 

지난해 발매된 켄드릭 라마의 6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GNX의 전곡이 너무 취향 저격이기도 했고 늘 볼만한 슈퍼볼 하프타임 쇼라 그 정도의 기대를 갖고 본 감상을 짧게 적어 본다. 일단 내가 미국인이 아닌데도 정말이지 국뽕이 차오를 수밖에 없는 쇼였다고 생각한다. 미국 국기를 형상화한 대열은 또 어떻고... (물론... 트럼프 지지자였다면 아니겠지만)

Source: NFL YouTube Channel https://youtu.be/KDorKy-13ak?feature=shared

 

이번 쇼의 또 볼만한 점은 샘 아저씨로 등장하는 Samuel L.Jackson이다. 미국을 의인화한 이 아저씨는 "미합중국군은 당신을 원한다"는 포스터만 떠올려도 누구나 바로 생각나는 바로 그 아저씨다. 성함이 본래 Samuel이다 보니 "It's your uncle"이라고 단순하게 얘기해도 곧 Uncle Sam을 떠올리게 되는 손쉽고 기가 막힌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Source: NFL YouTube Channel https://youtu.be/KDorKy-13ak?feature=shared

곡과 곡 사이 전환에서 적당히 마칭밴드 느낌을 살린 것도 꽤나 인상 깊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는 하지만 헤리티지를 버리지 않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Source: NFL YouTube Channel https://youtu.be/KDorKy-13ak?feature=shared

정말 기대했던 Luther는 생각보다 짧아서 아쉬웠지만 SZA와의 무대는 All the Stars로 이어지며 임팩트가 강했다. 본업 잘하는 사람들이 힘을 뺐는데도 너무 잘해서 그저 넋을 놓고 봤다. (멋진 Drake의 장례식...)

Source: NFL YouTube Channel https://youtu.be/KDorKy-13ak?feature=shared

 

퍼포먼스 후반부로 접어들며 NFL 특유의 대진을 녹여낸 안무 연출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Source: NFL YouTube Channel https://youtu.be/KDorKy-13ak?feature=shared


 

리그 관계자들이 2월 초 슈퍼볼 LV 엔드존에서 처음 선보였던 "인종 차별 종식" 슬로건이 경기 중 "사랑을 선택하라"로 다시 표기될 것이라 발표했다고 한다. 한 명 이상의 NFL 고위 관계자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종차별 관련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나, NFL대변인은 뉴올리언스 트럭 공격, 남부 캘리포니아 산불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고려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경찰의 잔인함에 따른 사고에 대항하는 조직화된 움직임(Black Lives Matter)까지 불거졌던 미국에서 슈퍼볼 하프타임쇼 내내 단 한 명의 백인도 등장하지 않는(최소한 내 눈에는 띄지 않았음) 무대를 송출했다는 것 자체로도 문화적인 상징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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