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본 적 없는 제주 동백 보겠다고 1월에 부랴부랴 제주도에 다녀왔다. 애당초 1월 중순 전에 다녀오려 했건만 가는 날 제주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결항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여러 일정 고려하여 다시 가장 빠른 일정인 그 다음 주에 다녀왔다. 불과 며칠 차이였지만... 동백 상태는 다소 아쉬웠다. 피고 지고 하는 꽃이라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한 차례 피고 폭설+바람에 시달려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25년 1월의 동백 사냥 후기는 아래에:

2025.01.25 - [분류 전체보기] - 2025년 1월 중순 제주도 동백포레스트, 돌낭예술원 후기

 

이번 제주도행은 5일 정도의 일정이었고, 4박을 둘로 균등히 나눠서 서귀포시와 제주시에 배분하는 가운데 제주시 숙소 선정 시 꼭 필요한 것은 아래로 잡았다:

  1. 호텔(전 숙소가 호텔이 아니었으므로)이지만 2박 총합 40만원 이하
  2. 온수 풀 수영장
  3. 먹을만한 조식 - '먹을만하다'의 기준은 한식과 양식 모두 있음 (왜냐하면 엄마는 한식, 나는 양식 파)
  4. 성산을 커버할 수 있는 위치

생각보다 급하게 잡아서 그런 건지 뭔지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것을 찾기가 아주 쉽지만은 않았으나, 찾아보던 중 꽤 photogenic 한 수영장 때문에 언젠가 가보리라 북마크 해두었던 조천읍의 에코랜드호텔이 눈에 들어왔다. 주소상 제주시이긴 했지만, 서귀포시 일부 동백 명소와도 그리 멀지 않았고 성산 커버... 하기에 조금 아쉽긴 했으나 이참에 가보지 싶어 예약했다. 주말이 껴있는 숙박이라 그런지 가격 기준 맞추기가 쉽지 않았고 어차피 방에 오랜 시간 체류할 것은 아니니 그냥 전망 없는 트윈룸으로 예약하고 갔다. (반전 있음)

 

 

 

 

 

자연 친화적인 호텔로 유명한만큼 실제로 호텔까지 도달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단지(?정문부터 호텔 정문까지 5분 정도 소요) 제주공항 기준 차로 40분 정도 거리라 전반적인 위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건축물 분위기가 굉장히 이국적이라 마치 유럽 작은 숲속 별장 단지에 온 듯한 느낌이기도 했다. 주차 공간도 꽤 넓게 마련되어 있어서 나 같은 초보 운전자도 주차에 큰 스트레스가 없었다. 3시부터 체크인이지만 2시 좀 넘어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프런트 직원분들이 친절하고 빠르게 응대해 주셔서 불편함 없이 체크인을 마칠 수 있었다. 예약한 전망 없는 방이 로비에서 우측으로 길게 이어지는 복도의 거의 끝자락이라 충격을 받아 이건 아니지 싶어 다시 프런트로 돌아가 방 변경을 상담했다.

너무 다행히도 로비 및 부대 시설에 조금 더 가까운 캐슬동에 연박 가능한 트윈룸이 있다고 하셔서 추가금을 지불하고 바로 변경했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예약했어야만... 싶지만 막상 금액 보니 오히려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 로비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갔더니 한 층에 객실이 5개가 채 안 되는 동(?이었다. 에코랜드호텔은 생각보다 전체 구조가 크고 복잡은 해서 체크인 시 객실 위치를 잘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도착한 날은 꽤 날씨가 흐렸는데도 불구하고 객실 우드톤 바닥과 연두색 패브릭 침대 헤드가 전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을 자아냈다. 게다가 창밖으로 저 멀리 한라산이 있는 것 같았으나 이날은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진 않아 아쉬웠다. 수영은 다음 날 하기로 하고 예약해 둔 식당이 있어 외출 후 돌아와서 너무 배가 부른 탓에 호텔 안을 이곳저곳 산책했다. 객실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곡선이 많은 디자인이라 보기에도 좋았고 로비 한쪽 편에는 크리스마스트리와 벽난로가 마련되어 있어 제법 따뜻해 보였다.


 

맑은 날씨 마주한 다음 날 아침 눈 덮인 한라산이 꽤 선명하게 테라스에서 보여서 해 뜨는 동안 한참을 쳐다보았고, 해가 뜬 이후에도 창가에 앉아서 계속 눈길을 주었다. 캐슬동 객실이라면 한라산 잘 보이는 객실로 요청해 봐도 좋을 듯 하다.

조식과 수영장은 사진이 없어서... 말로 대체해두자면:

조식 아침 8시 반 정도 내려갔는데 금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조식 먹는 공간이 꽤 큰 편이라 사람이 많다고 해도 특별히 답답할 느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창가 자리가 인기이긴 함... 한식과 양식 적당히 있긴 했는데 한식은 내가 먹진 않았지만 엄마한테 듣기론 밥, 국, 반찬 몇 가지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양식은 개인적으로 육류가 말라 비틀어진 베이컨과 소시지밖에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기본적인 샐러드 야채, 스크램블 및 에그 스테이션은 있었고, 오히려 쌀국수, 잔치국수 스테이션이 있는 것은 좋았다. 아 그리고 갓 구워 나오는 빵이 꽤 있는데 특히 흑임자를 사랑하는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흑임자 쌀 빵이 아주 맛있었다.

수영장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탈의실/객실에서 수영복을 입고 나와도 실제로 풀장까지 이동해야 하므로 젖어도 되는 신발은 필수인 것 같다(맨발로 돌바닥 걷다가 발 감각 상실할 뻔) 물 온도 자체는 영하가 아닌 겨울 온도에서는 적당히 따뜻하다고 느낄만했고 밤에 수영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개인적으로 골든아워에 가서 수영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고, 황금빛으로 물드는 해가 물결에 일렁이는 모습이 멋있었기에! 


 

올해 들어 동백이 조금 늦게 핀다는 소문이 있길래 12월부터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1월이 되어서야 제주도에 동백 본답시고 다녀왔다. 본래 계획한 일정대로라면 1/9에 가서 1/15에 돌아오는 일정이었으나, 1/9에 제주 기상 악화로 인해 비행기 결항이 되었고 업무 일정이랑 맞춰서 가능한 항공, 숙소 일정을 다시 잡으니 결국 그 다음 주가 되어버려 1/14-1/18로 일정을 바꿔 다녀왔다. 겨울에 제주를 가본적이 이제까진 없기도 했고 동백을 보는 것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요즘 뜬다는 주요 동백 명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필요해서 대충 지도에 여기저기 표시를 해두었다.

나만의 동백명소지도 함미는 이게 편해

 

일정의 반을 중문에서, 나머지 반을 조천에서 지낼 예정이었다 보니 가급적 제주 하단 서귀포 라인에 걸쳐 있는 곳들을 초반에, 남원/표선에서도 조금 위쪽에 있는 곳들을 후반에 돌아보는 것이 나의 원대한 전략이었지만 도착한 날부터 연일 흐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몇 군데 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후기를 남겨보자면:

1. 동백포레스트 (2025.01.14 방문)

점심 식사에서 예상치 못한 대기로 지체하는 바람에 제주 도착한 날 오후가 되어서야 방문할 수 있었다. 위치 자체는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어서 제주 동쪽 기준 차로 1시간, 서귀포 시내에서도 30분 정도 거리라 접근성은 나쁘지 않고 인근 동백 명소랑 같이 묶어 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목요일이었는데도 사람이 꽤 많아서 도착부터 기 빨린 건 안비밀... 그래도 주차장은 여기저기 넉넉하게 확보해 두셨고 무료라서 주차 초보도 큰 어려움은 없다. 주차하고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입구에서 입장료를 결제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냥 무단으로 들어가는 분들도 꽤 많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돈 내고 들어간 내가 바보 같기도 했다.

동백꽃이란 게 피고 지고 한다고 해서 실망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하필 한바탕 개화 후 지는 추세의 꽃들이 많을 때 방문해서 그런지 꽃 상태가 매우 아쉬웠다. 그 유명한 액자 포토 존에서 봐도 뒤에 걸리는 꽃이 부실했고... 그래서인지 평소에 있다던 포토존 대기 줄은 없었다. 럭키비키....? 그나마 야외 정원에서 조금 올라가서 뒤로 보니 한라산이 쪼금 보이며 같이 동백을 담을 수 있어 다행이었고 중간중간 동백을 배경으로 하고 앉아서 찍을 수 있도록 작은 의자 같은 것이 마련되어 있었다. 


 

부지 자체가 넓은 편인 건 사실이지만 개화 상태가 절정일 때 오지 않으면 낭패인 것 같았고 개인적으로는 동선을 한 방향으로 해놔야 전체적으로 다 만족스럽게 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고 동선이 복잡해서 보다가 지쳐버려서 야외 포토존이고 뭐고 그냥 나와버렸다 ㅠㅠ 스냅 작가가 가장 예쁜 곳은 자리 차지하고 아예 웨딩 스냅 같은 것을 찍고 계셔서 뭔가 만족스러운 사진을 건지려면 이 부지에서만 계속 빙글빙글 돌아야 할 판이었는데 그만한 열정이 생기는 상태는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동백이 절정일 때 오픈런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재방문 의사는 없음.

2. 돌낭예술원 (2025.01.18 방문)

떠나는 날이 되어서야 또 다른 동백 명소 방문. 겨울 제주는 날씨가 너무 오락가락 하는 탓에 맑은 날로 시작했건만 막상 돌낭예술원 도착하니 조금 흐려져 버렸다. 역시나 남원읍에 자리 잡고 있고, 중산간에 넓은 부지라 그런지 여유롭고 고즈넉했다. 그렇게 길진 않지만 진입로가 비포장도로고 주차장은 돌멩이 바닥이라 조금 덜컹덜컹하며 들어가지만 주차장은 넓어서 주차 걱정은 역시나 없었다. 현장 발권 시 성인 입장료 1만원인데, 네이버 예약에서 미리 하고 가면 8000원에 가능하니 참고하시길! ('25.01 기준)

 

돌낭예술원은 워낙 부지가 넓고, 한라산을 배경으로 보이는 애기동백도 그렇지만 멋진 석부작이 많다고 해서 그냥 둘러봐도 볼만하다기에 날씨가 흐려도 돈 아깝진 않았다. 돌과 나무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조각 같은 작품들이 입구부터 펼쳐져서 정성껏 가꾼 손길에 연실 감탄하며 걸어가다 보니 동백나무들이 등장했다. 

날씨는 역시나 어두컴컴하고 동백 개화 상태도 아쉬운 부분이었으나 여기도 곳곳에 의자를 비치해 두어서 촬영 소품으로 쓰기 좋았다. 동백 포레스트에 비해서 동백들은 작지만, 뭐랄까 훨씬 자연의 모습에 가까워서 진 모습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동백포레스트 동백은 약품 처리를 한 것처럼 시들은 모습이 상대적으로 좀 흉했기에)

동백이 져서 군데군데 카펫처럼 꽃잎이 깔린 곳들도 좋았고 무엇보다... 날이 흐려서인지는 몰라도 사람이 많이 없어서 조금 더 호젓하고 여유롭게 동백 구경하고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한바탕 동백 군락을 보고 나오면 중간에 나오는 건물이 카페인데 여기에 조성된 액자 포토존도 (개화 상태야 똑같이 아쉽지만) 조금 더 널찍하고 자연에 잘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25.01 기준으로 리뷰 이벤트도 하고 있어 네이버 리뷰를 작성하면 아메리카노 1잔을 주기도 하니 잠시 따뜻한 음료 한잔에 바깥 풍경 보며 쉬어가기도 좋았다. 


 

부지가 굉장히 넓어서 대충 보더라도 1시간은 후딱 이니 시간은 여유롭게 잡고 오는 것이 이곳을 잘 즐길 수 있는 법인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두진 않았으나 후반부에 "낭오름 전망대"라고 조그맣게 전망대처럼 해둔 곳이 있는데 막상 올라가면 서귀포 바다부터 한라산까지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어 마음이 시원해졌다. 전체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장소였고, 부디 맑은 날 올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와보고 싶었다. 


 

그 밖에도 "명소"라 할만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레 피어 있는 동백을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몇 군데:

 

1. 60빈스 까페

 

 

 

서귀포시 위치한 60빈스 카페. 올레길 7코스 근처이기도 하고, 외돌개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그렇게 멀지 않다고 해서 카페에 주차 후 다녀오고자 겸사겸사 방문했다. 동백포레스트에서 넘쳐나는 사람들에 탈탈 털리고 가서 더 그랬겠지만, 카페 자체가 조금 깊숙이 위치해서 그런 건지 마침 타이밍을 잘 잡은 건지 사람이 많지 않고, 야외 테라스 자리의 경치가 아주 훌륭했다. 보통 이런 카페면 커피 맛이 별로이기 마련인데 커피 맛도 훌륭. 그리고 카페 초입에 야자수 배경으로 아직 덜 진 동백나무 한 그루가 있어 좋았다. 커피 타임 후 외돌개로 걸어가는 중 JW메리어트 부지를 지나게 되는데 돌담 너머로 부지에 심어둔 동백나무가 또 예뻐서 자연스러운 동백을 구경하고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외돌개만 딱 보고 다시 카페로 오는 왕복 코스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약간의 오르막-내리막 구간이 있고, 겨울에는 돌바닥에 솔잎들이 떨어진 게 상당히 미끄러우니 신발은 편하게 신고 오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듯.

2.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토평동 1840-2

 

 

 

명소라는데 가긴 애매해서 그냥 인근 가까운데 저장해둔 곳으로 뜨길래 다녀왔다. 누군가의 집 앞인 것 같아서 주차가 능숙하지 않다면 내비게이션 찍고 들어가다가 주차할 만하다 싶으면 해놓고 걸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 역시나 개화 상태는 아쉽긴 했으나, 그나마 날씨가 조금 갰고, 다양한 채도의 동백이 섞여 있는 느낌이라 시기를 잘 맞춘다면 다시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었다.

3. 플랜트827

 

 

워낙 부지가 큰 신상 카페로 유명했고, 마침 서귀포에서 조천으로 숙소 옮기는 날 동선에 잘 있길래 겸사겸사 방문해 봤다. 정말 부지 자체는 엄청나게 크고, 잘 조성된 편이라 날이 맑을 때 오면 더 좋을 것 같긴 했다. 베이커리 카페인데 가격은 뭐 아주 저렴하진 않았으나 그만큼 빵이랑 음료도 맛은 나쁘지 않았고 직원분들도 친절했다. 동백을 아직 심은 지 많이 된 것 같진 않았으나 산책로 따라서 잘 조성되어 있고 억새랑 프레임에 걸려서 가을/겨울 느낌 나기 좋은 장소.


올해까지 무료라던 훈식이네를 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으나 언젠가 동백 시즌에 또 제주를 방문한다면 그때는 훈식이네, 동백수목원을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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