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오르는 지구, 피할 곳은 없다. 그렇다면?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우며 배출한 온실가스가 ‘열 돔’을 씌웠기 때문에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높아졌다. 2015~2024년이 통째로 관측 사상 가장 더운 10년이었다. 여름마다 이란·호주·브라질이 50 ℃ 근접열을 찍으며 “사람이 사는 한계”를 논한다. 기온이 1 ℃ 오르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품어 폭우·폭염·태풍을 강화한다.

 

지구가 끓어오르는 원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60년대 320 ppm에서 올해 425 ppm으로 뛰었다. 복사열을 우주로 되돌려 보내지 못해 지표가 달아오르는데, 특히 바다는 잔열의 90 % 삼켜왔기 때문에 바다 온도가 오르면서 해류 순환이 느려졌고 다시 대륙으로 열이 역류하는 상황이다. ‘열 저축 탱크’가 포화된 셈이라, 이후 배출은 거의 즉시 기온으로 반영된다.

 

끝없는 붉은 그래프—한국 폭염 리포트

한국은 위도상 ‘온대’지만 최근 기후는 급격히 아열대화됐다. 2023년에는 전국에서 열사병으로 30명가량이 사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6배 증가한 수치였고, 기온이 섭씨 33도를 웃돌았던 전국 평균 열파일 수는 22.3일이었다. 2024년 들어 계절 평균기온은 25.6 ℃로 평년보다 +1.9 ℃ 높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저 25 ℃ 이상이었던 열대야는 평균 20.2일로 서울은 39일, 제주는 무려 56일이었다. 올해 기상청은 이미 “7~8월 체감 40 ℃ 넘는 날이 평년 대비 두 배”라는 전망을 낸 바 있다. 

 

왜 갈수록 더워질까

엘니뇨로 뜨거워진 적도 태평양이 한반도 남쪽 고기압을 강화해 ‘가마솥’ 구도를 만들고 있으며 여기에 도심 열섬과 토양 수분 고갈이 삼중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나무보다 아스팔트 비중이 높은 도시에서는 낮에 복사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밤에는 열이 빠지지 않아 새벽에도 30 ℃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데다 고층 빌딩 숲이 공기 정체를 심화해 열이 머물고 가둬지는 환경에 우리가 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북극 온난화로 약해진 제트기류가 한반도 상공의 고기압을 제때 밀어내지 못하면서 열돔이 장기간 고정되는 효과도 있다. 영국 왕립기상학회 분석에 따르면 열돔 발생 건수는 1950년대보다 3배 늘었고, 한 번 형성되면 주변 공기의 상승·하강 순환을 막아 지표 온도를 단숨에 5 ℃까지 끌어올린다. 열돔 가장자리에 쌓인 수증기는 이후 국지성 폭우로 터져 ‘덥다가 잠기고’ 패턴을 반복시킨다. 연구진은 지구 평균기온이 2 ℃까지 오를 경우 열돔 빈도가 1.5 ℃ 시나리오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도심 열섬과 맞물리면 같은 온도도 체감 2 ℃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2025 여름, 이렇게 대비하자

온도가 한껏 올라간 만큼 더위에도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 아래 수칙에 따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시간표 재편 : 오전 11시~오후 4시는 실외 활동을 최소화한다. 특히 노약자는 ‘쿨링 타임’을 정해 외출을 분할한다.
  • 수분·염분 200 mL 규칙 : 30분마다 물 한 컵과 이온 음료 한 모금을 곁들이면 열사병 위험을 40 % 낮춘다. 충분한 수분 섭취를 잊지 말자.
  • 그늘 이동 : 흰 양산·쿨링 웨어·넥쿨러는 체감온도를 3~7 ℃ 낮출 수 있다.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을 활용하고 동선을 활용하자.
  • 취약계층 체크인 : 무더위 쉼터 6만7,000곳이 ‘행안부 안전디딤돌’ 앱·포털 지도에 실시간 표시된다. 전기료 한시 지원(세대당 9,800원)도 시작되었으니 필요에 따라 선풍기나 에어컨도 적극 활용해 보자.
  • 도시형 처방 : 옥상 녹화·물안개 분사·차열 페인트 같은 ‘블루·그린 인프라’는 주변 기온을 최대 2 ℃ 낮춘다. 그늘막 하나가 3㎡ 보행 공간을 식힌다고 하고, 이미 도시 곳곳에 설치가 되어 있으니 외출 시 적극 활용하자.

한 사람, 한 도시의 선택

폭염은 기후위기의 가장 직접적인 얼굴이다. 개인행동이 아무리 철저해도 도시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냉방 수요가 폭증해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전기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열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 건물 단열 강화, 도심 숲 복원이 병행되어야 선순환이 가능하다. 올해의 땀방울은 미래 체온을 낮추는 투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더운데 왜 지구는 안 식히냐”는 푸념 대신, 탄소를 줄이고 열을 나누는 선택이 필요하다. 개인의 작은 선풍기부터 국가의 탄소가격제까지, 얽히고설킨 고리는 결국 ‘저탄소와 적응’ 두 축 위에서 풀린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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